레디플레이어원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18년 작으로 어니스트 클라인이 쓴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적 이야기로서의 완성도는 떨어진다고 볼 수 있으나, 원작의 게임을 뛰어난 시각적 비주얼로서 구현하였고, 80년대 팝문화, ‘백 투 더 퓨처’, ‘샤이닝’ 등 걸작들과 ‘토요일 밤의 열기’의 차용 그리고 건담, 고질라 등 전설적 추억 아이콘들의 만물상식 소환을 성공적으로 스토리에 녹여내었다는 점에서 많은 호평을 받은 성공작이다.
무엇보다 레디플레이어원의 특이점은 가상세계의 ‘생활화’이다.
2045년 가상현실 게임 오아시스는 누구든 원하는 캐릭터로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는 가상세계이다.
창시자인 천재 제임스 할리데이는 오아시스 속에 숨겨둔 이스터에그를 찾기 위한 3가지 미션을 달성하는 자에게 오아시스 경영권과 천문학적 상금을 주겠다는 유언을 남긴다. 오아시스에서 ‘파시발’이라는 아바타로 활동하는 웨이드 와츠와 아르테미스 등 5인은 거대기업 IOI에 맞서 이스터에그를 찾기 위한 가상세계에서의 투쟁을 시도한다.
원작자 어니스트 클라인은 국내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내일이 없는 것처럼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기후 변화를 무시해왔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 앞으로 살아갈 곳을 계속해서 파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 많은 사람이 우리가 원하는, 꿈꾸는 현실을 만들어낸 인터넷 속 가상 세계로 도피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레디플레이어원 창작의 근원적 배경은 현실도피를 위한 가상세계인 것이다.
주인공 웨이드, 아니 파시발은 “‘뭐든지 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다’ 도박·결혼·이혼·성인전용모텔·극장이 있고, 키가 커지고 예뻐지고 성별을 바꾸거나 다른 종족, 만화캐릭터 등 모든게 되고 지인을 만나고 친구를 사귄다.. 아바타로. 식사 잠 용변 빼고 사람들은 오아시스에서 모든 걸 한다. 제임스 할리데이는 미래를 창조했고, 우리가 갈 곳이 생겼으니, 그곳의 이름은 ‘오아시스’.”라고 한다. 레디플레이어원은 게임을 가상현실세계에서 현실을 대체하는 낙원으로 설정한 것이다.
게임의 가상세계화, 메타버스화는 이미 현실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의 파티 로열 모드에서 BTS가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공연을 가상으로 선보이고, 제페토 등 가상현실 생활 공간 플랫폼들이 생겨나고 있다. 지금은 초기단계라 ‘불쾌한 골짜기’를 넘지 못하고 지나치게 오버스펙에서 마무리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미 메타버스는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최근 글로벌 테크기업 엔비디아는 ‘옴니버스Omniverse’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가상공간이지만 실제 물리법칙을 따르도록 설계하였다. 이 세계는 다른 회사가 만든 가상의 공간과도 연결 가능하고 옴니버스를 사용하면 디자이너·예술가·크리에이터, 심지어 AI도 다른 도구들을 사용해 다른 세계를 하나의 공통된 세상으로 연결할 수 있다고 한다. 엔비디아 대표 젠슨 황은 “현실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은 컴퓨터과학의 큰 도전과제이며 한계가 없다. 지난 20년이 놀라웠나요? 앞으로의 20년은 SF나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라고 선언한다. 메타버스는 1992년 SF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크래시’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용자들이 아바타를 이용해 단순히 게임이나 가상현실을 즐기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문화적 활동을 하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소유·투자·보상 받을 수 있는 세계인 것이다. 오아시스는 게임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로서 현실을 대체하는 도피 낙원인 것이다.
철학자·사회학자·미디어이론가인 장 보드리야르는 1981년 그의 저서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에서, 현실보다 더 세속적인,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없는, 원본을 비튼 창조적 복제는 새로운 현실이고, ‘하이퍼리얼리티(초과실재, 이미지와 기호로 이뤄진 실제)가 실제보다 더 큰 힘을 가진 실제로서 실재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주장했다.
현실이 아닌 이미지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하이퍼리얼리티의 시대로서 현대인은 실재의
세계보다 더 실제적인 기호(이미지, 환상)의 세계를 살고 있는 것이고 현대사회는 실재가 이미지와 기호속으로 사라진다’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가짜가 현실보다 우위인, 매트릭스에서 네오와는 달리 빨간약 보다 파란약이 더 좋아 비록 속더라도 현실세계가 가짜라고 주장하는 세계를 살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레디플에이어 원의 오아시스는 하이퍼리얼리티로서 메타버스의 미래상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웨이드와 아르테미스의 사랑은 가짜일까? 그들의 사랑은 오프월드 보다는 거의 오아시스에서 이뤄졌으며, 현실에서의 사랑 못지 않게 아름답다. 아르테미스는 웨이드에게 ‘여기서는 이름을 말하면 안돼’, ‘진짜 내 모습은 이렇지 않아, 몸도 얼굴도 완전히 달라’ 여기선 아무도 자기 이름 쓰면 안돼’라고 말한다. 즉 누구나 평등하고 오프월드의 사회적 계급과 불평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에 사랑은 오프월드 보다 더 순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프월드의 사랑이 사랑자체에 더 충실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그것이 가짜라고 불려질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