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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와 부산행 : 아포칼립스 한국과 글로벌 플랫폼 콘텐츠

부산행으로 세계적인 좀비 영화감독의 반열에 오른 연상호 감독의 반도를 보았다.

부산행의 후속편이라는 후광을 업고 개봉한 영화로서 부산행과 스토리가 이어지지 않는 일명 스탠드 얼론 시퀄이다.

2020 7 15일 개봉했다.

부산행이후 4, 부산마저 좀비 바이러스가 퍼져 폐허의 땅이 되어버린 (한) 반도에서 탈출하는 이야기이다.

 

 부산행의 단선적이면서 밀도 있게 긴장감을 밀어붙이는 블록버스터형 이야기와 마동석의 호쾌한 좀비 타격을 기대하는 분이라면 반도가 실망스러울 수 있으실 것이다.

 하지만 감독 연상호의 필르모그래피를 아시는 분이라면, 부산행이 오히려 그의 작품들중에 유일하게 반듯한작품임을 쉽게 알 수 있으실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의 마지막 반듯한작품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2011년 우연히 돼지의 왕이라는 그의 독립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고 연상호 감독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돼지의 왕에서 연 감독은 왕따소년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와 절묘한 반전으로 뛰어난 스릴러 재능, 정교한 스토리텔링 그리고 사회비판력을 보여줬다. 그 이후 그의 필르모그래피를 보면 부산행을 제외하고는 사회비판적이거나 B급 감성들이 농후한 작품들이 대부분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부산행은 연상호감독이 한국 상업영화시장에서 나름의 블록버스터 예산으로 여름 성수기 시장을 돌파해야만 하는, 그것도 데뷰감독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폭주 기관차의 밀폐된 공간에서 딸을 지켜내야 하는 아버지의 부정과 우정, 사랑 등이 이전에 좀비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속도감과 독창적 액션 스타일,각 조연들에게 적절하게 부여된 감정적 공감대, 잘 계산된 영화적 스펙터클 들의 경제적배분 등이 부산행을 세계적 성공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많은 관객들과 영화제들이 부산행에 애정과 찬사를 보내주었다.

 부산행은 한국영화 최초의 세계적 액션 흥행작이었고, 영화사적으로도 아시아영화계에서 좀비 장르에 족적을 남긴 중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부산행 개봉전 필자가 북경에서 중국 영화인들에게서 부산행이 매우 기대가 된다라는 얘기를 들은 것만으로도 기획 그 자체가 글로벌한 것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산행의 후속으로서 반도에 대한 기대는 매우 컸고 그만큼 우려 또한 됐으며, 결과는 기대 보다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느낌이 크다. 관객입장에서 말이다.

 

 4년전, 나라전체를 휩쓸어버린 좀비 재난에서 탈출했던 정석’(강동원)은 바깥세상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반도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제안을 받는다. 제한시간 내에 지정된 트럭을 확보해 반도를 빠져나와야 하는 미션을 수행하던 중 인간성을 상실한 631부대와 4년 전보다 더욱 거세진 대규모 좀비 무리가 정석 일행을 습격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폐허가 된 땅에서 살아남은 민정’(이정현) 가족의 도움으로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하고 이들과 함께 반도를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기로 한다. 되돌아온 자, 살아남은 자, 그리고 미쳐버린 자, 이들의 필사의 사투가 시작된다.

 

  좀비외에는 등장인물 배경 등에서 사실상 부산행과 거의 관련이 없는 반도의 스토리는 한반도의 아포칼립스화라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아포칼립스 자체가 종말, 멸망의 의미를 지니므로 그 배경과 인물들의 성격이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돈이 목적인 용병이지만 아들을 구하지 못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정석(강동원), 폐허속에서 외롭게 631부대와 투쟁을 하는 민정(이정현)과 그의 가족 준이(이레), 김노인(권해효)과 광란의 631부대를 이끄는 황 중사(김민재)와 서 대위(구교환).양자의 단순 대립구도로서 반도의 주된 이야기는 진행된다.

  기존의 한국영화에서 없었던 좀비 아포칼립스의 배경으로 목숨을 건 좀비 숨바꼭질 등 631부대의 실세인 황 중사와

서 대위의 갈등이 극의 중요한 축으로 작용한다. 특히 서 대위는 레옹의 게리 올드만을 연상시키는 입체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망자 스타일 캐릭터로서 구교환의 심도 깊은 연기로 인상적으로 구현되었고, 김민재는 서 대위,정석과 대립하며 영화의 전반적인 갈등의 축으로서의 황 중사를 치밀하고 안정적인 연기로 완성한다.

 

  연상호 감독이 주인공인 정석의 존재감에 대해 기획단계부터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절대악으로서

서 대위, 외에도 여전사 역할을 수행하는 민정(이정현)의 활약으로 인하여 주인공 정석이 이야기 구조적으로

‘One of them’의 존재로서 관객에게 느껴지게 되고, 관객의 적절한 공감의 대상이 분산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이는 감독이 부산행과 같은 단선적으로 집중력 있게 한 지점으로 달리는’ 단순 구도에서 의도적으로 탈피하기 위한

설정일 것이다.

 

  이런 연유로 반도는 아포칼립스 상황과 걸맞은 캐릭터들을 부각해 새로운 관점과 스토리 구도의 한국적 좀비물을

구현했다는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런 지점들이 부산행의 익숙하고 일반적인 감동과 즐거움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실망감 (또는 배신감)을 안겨줬을 수 있을 것이다.

  그외 주로 매드 맥스를 연상시키는 후반 카체이스 액션 시퀀스,예산과 시간상의 한계로 추측되는) 애니메이션

풍의 CG 등이 그 실망감을 증폭시켰으리라.

  그러나 마케팅적 관점에서 강요된 부산행의 후광과 연결성을 배제하고 바라본다면, 한국배경의 새로운 아포칼립스

작품으로서 한국영화산업은 괜찮은 작품을 리스트를 추가하게 되었다고 얘기하고 싶다.

 

COVID19 팬데믹 이후 황폐화된 글로벌 극장산업에 희망을 준 2020년 첫 한국형 블록버스터로서,

평균적 정서의 오프라인 극장 관객보다는 넷플릭스 등의 글로벌 플랫폼을 염두에 둔 기획으로서

반도와 같은 시도들이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